컨텐츠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야만의 해변에서

아메리카 원주민, 대항해 시대의 또다른 주인공

야만의 해변에서

아메리카 원주민, 대항해 시대의 또다른 주인공

책 소개

대서양을 건너 유럽을 “발견”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생생한 역사 유럽 중심적 시각을 뒤집어 새로운 대항해 시대를 만나다 우리는 흔히 대항해 시대를 유럽 탐험가들이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신대륙과 구대륙이 만나면서 세계화가 시작되고 학살과 노예제도가 자행된 시대로 기억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항해 시대의 이야기에서 유럽 정복자들은 강하고, 호기심에 넘치며, 잔인하고 탐욕스러운 반면,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헐값에 자신들의 땅을 팔아넘기거나 천연두에 걸려 목숨을 잃고, 유럽인들에게 붙잡혀 노예가 되는 희생자, 혹은 식인 풍습을 가진 야만인이다. 그러나 정복자와 피정복자,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당대의 시대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대탐험의 서사는 역사의 또다른 주인공인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럽 정복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침묵한다. 이에 따라 아즈텍 역사 전문가이자 셰필드 대학교의 국제 역사학 교수인 캐럴라인 도즈 페넉은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기록을 샅샅이 살피며, 외교사절, 무역업자, 통역사, 혹은 유럽인의 가족이자 친구, 자유를 되찾고자 싸운 노예 등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에 주목한다. 아즈텍-멕시카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자진하여 스페인 정복자들과 손을 잡은 틀락스칼라인들, 왕 대 왕으로서 펠리페 2세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은 마야 족장, 자신의 고향에 교회를 짓겠다며 스페인 왕실에 끊임없이 돈을 청구한 라디노(스페인 문화에 동화된 아메리카 원주민), 정복자와 잉카 왕실의 혼혈 딸로서 여러 차례 결혼하며 끝내 유럽 땅에 자신의 가문을 일군 잉카 공주까지,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어떻게 유럽을 대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이 시기에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들어온 각종 물건과 식재료, 언어를 톺아봄으로써,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화가 유럽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음을 드러낸다. 독자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중심으로 한 이 책을 통해서 피정복민으로만 그려졌던 아메리카인들의 생기 넘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차례

연대기 호칭이 중요한 이유 들어가며 제1장 노예 제2장 중재자들 제3장 가족과 친척 제4장 일상의 물건들 제5장 외교 제6장 진기한 볼거리 나가며 용어 설명 감사의 말 주 역자 후기 인명 색인

저자

캐럴라인 도즈 페넉Caroline Dodds Pennock
아즈텍 연구를 이끄는 권위 있는 역사학자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거쳐 현재 셰필드 대학교의 국제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즈텍의 인신공양에 대한 연구인 『피의 연맹(Bonds of Blood)』으로 2008년 영국 왕립 역사학회의 글래드스턴 상을 수상했으며 E. H. 카의 역사 이론을 토대로 오늘날 역사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 『지금,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 Now?)』의 집필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BBC, 넷플릭스, 사이언스 채널 등의 역사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BBC 히스토리 매거진(BBC History Magazine)」, 「히스토리 투데이(History Today)」,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등에 글을 기고했다.

역자

김희순
김희순(李順鎬) 고려대학교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연구원의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2006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지리학과에서 신자유주의 정책 도입 이후 멕시코의 지역격차 변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라틴아메리카 지역 연구자로서 지역격차의 원인에 대해 식민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지속해왔다. 라틴아메리카의 빈부격차 문제, 불량주택지구 문제, 미국-멕시코 국경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라프론테라 : 미국-멕시코 국경을 사이에 둔 두 세계의 조우』, 『빈곤의 연대기 : 제국주의, 세계화 그리고 불평등한 사회』,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이해』가 있으며, 역서로 『파벨라 : 리우데자네이루 주변 지역의 삶에 대한 40년간의 기록』이 있다.

출판사 리뷰

외교사절, 탐험가, 가족, 통역사, 지식인, 노예……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만나는 대항해 시대의 아메리카 원주민들 유럽의 정복자와 탐험가들이 새 땅과 자원을 찾아 돌아다니던 대항해 시대,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향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피정복지의 약자로서만이 아니라 외교사절이자 탐험가, 중재자, 그리고 유럽인들의 가족으로서 다양한 삶을 살아갔다. 이들 중 다수는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기록들은 노예가 된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수없이 법정에 서고, 변호사를 고용하며, 국왕에게 적극적으로 탄원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외교사절로서 당당하게 유럽의 왕궁에 입성한 원주민 귀족들은 왕이 통치하는 식민 제국에서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했고, 때로는 유럽인들과 동맹을 맺어 다른 지역 탐사에 동행하기도 했다. 가령 스페인의 정복자 코르테스와 손을 잡고 아즈텍-멕시카를 무너뜨린 틀락스칼라인들은 정기적으로 스페인에 사절을 보내서 자신들이 세운 공(功)을 상기시켰다. 자신들의 타고난 지위나 능력을 이용해서 유럽과 아메리카라는 두 세계의 다리가 된 이들도 있었다. 의학 혹은 언어, 신학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책으로 정리하여 유럽에 전파했다. 원주민 의사 마르틴 데 라 크루스의 “인디오의 약초와 약에 관한 소고”는 스페인과 영국의 왕실, 로마 교황청에 소장되었고, 앨곤퀸 원주민인 만테오는 영국의 박식가 토머스 해리엇과 함께 앨곤퀸어를 문자로 기록했다. 또한 두 개 이상의 언어에 능통했던 중재자들은 통역사로 활약하면서 두 세계가 움직이는 방향을 조종했는데, 언어의 장벽이 큰 상황에서 그들이 미친 영향력은 매우 컸다. 마지막으로 유럽 정복자의 배우자나 그 혼혈 자식들은 유럽과 아메리카 두 세계를 오갔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유럽 왕실에서 유럽 귀족과 같은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들을 파고드는 것이 유럽과 아메리카의 조우를 이상화하려는 시도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럽인과의 조우 초기부터 착취 및 탄압을 당했지만, 동시에 자기 삶의 주체로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의 흔한 인식과 달리 아메리카 원주민 역시 이 대항해 시대의 또다른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낸 것이다. 유럽인들의 관찰기부터 온갖 칙서와 청구서, 영수증까지, 행간을 읽어 되살리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역사 『야만의 해변에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자가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관련된 1차 자료들과 유럽인들이 남긴 자료를 샅샅이 뒤져 행간 읽기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왕의 칙령은 물론 다양한 기관의 회계장부, 청구서와 영수증은 유럽을 방문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름과 여정, 그들 삶의 조각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그간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자료들을 토대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유럽에 왔고, 자신이 자유인임을 호소했으며,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성실하게 좇으며 여태껏 알려지지 않았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문자로 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기록이 드문 상황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는 일은 지워진 기억을 되살리고 한때 이곳에서 살아 숨 쉬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역사에 아로새기는 작업이다. 때로는 참혹하고, 때로는 엉뚱하며, 때로는 황당할 정도로 사치스럽고, 때로는 대담하기도 한 다양한 일화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럽에서 일군 삶이 결코 단일하거나 단순하지 않았음을 흥미롭게 드러낸다. 식민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 원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제국을 팽창시키면서 바다 건너 다른 지역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던 시기,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진기한 볼거리로 여겼다. 캐나다의 이누이트족에서부터 브라질의 투피남바족, 타바자라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수집가들의 “수집품 목록”에 들었고, “인간 동물원”이나 “민속학적 전시”의 대상이 되었다. 문제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행위가 여전히 공공연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 박물관에 전시된 원주민들의 유해는 계속되는 송환 요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유물 또한 유럽과 미국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렇듯 본래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유해와 유물은 식민화와 노예화, 이주로 이어지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역사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가 주류 역사에서 쉬이 배제되거나 억압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각주나 흥미로운 일화에 머물지 않도록 귀를 기울여달라고 요청한다. 희미한 흔적만을 남긴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할수록 공백으로 남은 자리가 메워지리라는 것이다. 이 책은 세밀한 자료 조사 끝에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당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에 목소리를 제공한다. 대서양을 오간 아메리카 원주민 모험가들의 이야기는 전통적인 역사의 시각을 뒤엎고 양방향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새 역사를 제안한다. 탄탄한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되살려낸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모습은 생기 넘치게 살아 움직인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역사의 중심 인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원주민들을 최초로 만나게 될 것이다.

함께하면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