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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문법

르네상스의 천재 피코 델라 미란돌라, 그리고 언어의 숭고한 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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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문법

르네상스의 천재 피코 델라 미란돌라, 그리고 언어의 숭고한 힘에 대하여

책 소개

언어의 신비로운 힘을 탐구한 마지막 천재 피코 델라 미란돌라와 인간을 천사의 반열에 오르게 하고자 한, 르네상스의 숨겨진 지성사 『물의 시대』에서 대항해 시대 포르투갈을 생생하게 되살렸던 에드워드 윌슨-리가 이번에는 르네상스 시기의 신동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생애를 축으로 언어의 신비로운 힘을 탐구한다. 1486년 피렌체에 입성한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는 불과 스물네 살에 종교, 철학, 자연 철학, 마법에 관한 900가지 논제를 두고 상대가 누구든 맞서서 토론하겠노라고 선언했다. 이 토론회를 위해서 작성한 그의 연설문은 흔히 “르네상스 선언문”이라고 불린다. 그 선언문에서 피코는 특정한 종교나 사상에 얽매이는 대신 세상의 여러 지식을 망라하는 지식,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일자(一者)가 되는 보편 진리를 추구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유럽의 지식은 물론이고 유대교 사상과 중세 아랍의 철학까지 두루 섭렵했던 피코가 특히 주목했던 것은 언어에 내재된 신비로운 힘이었다. 히브리어, 라틴어, 고대 셈어, 에티오피아의 그즈으어 등 다양한 언어를 익힌 피코는 자신이 접할 수 있는 모든 구전 전통에서 사람의 넋을 홀리고 의지를 조종할 수 있는 언어의 형태가 있음을 발견했다. 아기를 잠재우는 자장가에서부터 종일 귓가를 맴도는 노래의 후렴구, 청중을 사로잡는 연설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언어의 신비로운 힘은 개인 사이의 벽을 무너뜨리고 인간을 “천사”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하는 “천사들의 문법”이었다. 이 책은 피코의 생애와 지적 탐구를 따라가면서 그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를 둘러싼 지적 분위기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유럽의 전통적인 철학부터 당시로서는 이방의 새로운 사상이었던 이븐 시나, 이븐 루시드의 아랍 철학을 거쳐 피코의 스승이었던 “폴리치아노(안젤로 암브로지니)”에 이르는 피코의 학문적 여정은 유럽 바깥의 지식을 접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기의 지적 흥분, 모든 지식을 아우르는 단 하나의 지식을 찾겠노라는 열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역사에 축제의 빛깔을 입힌다”라는 추천사대로 빼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자랑하는 이 책은 인류 지성사의 결정적인 시기인 르네상스의 지적 향연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차례

인용문과 낭독에 관하여 제1장 900 논제 제2장 불의 고리 제3장 가볍고 날개 달린 성스러운 존재 제4장 그 철학자 제5장 오르페우스 이야기 제6장 학문의 장인 제7장 소리 안에 담긴 도서관 제8장 파리의 파뉘르주 제9장 죽음의 입맞춤 제10장 새들의 언어 제11장 빛나는 깨달음 제12장 고립의 노래 제13장 나의 공작의 작위보다 소중한 제14장 전율 제15장 삶, 속박을 벗어나다 제16장 에필로그 : 숭고함과 초유기체 감사의 글 출처와 더 읽어볼 만한 문헌들 그림 목록 주 역자 후기 인명 색인

저자

에드워드 윌슨-리Edward Wilson-Lee
케냐와 스위스에서 자랐고 멕시코와 짐바브웨, 미국에서 살았다. 지금은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살며 케임브리지 대학교 시드니 서섹스 칼리지 선임연구원으로서 책, 도서관, 여행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고, 중세와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친다.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에도 포르투갈, 이탈리아, 인도를 두루 다니며 연구했다. 저서로 『스와힐리란드의 셰익스피어(Shakespeare in Swahililand)』와 영국의 펜(PEN)이 수여하는 헤셀-틸트먼 상 수상작인 『난파된 도서 목록(The Catalogue of Shipwrecked Books)』이 있다. 2022년 구겐하임 펠로십에 선정되었다.

역자

김수진
역자 김수진(金秀眞) 이화여자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공공기관에서 통번역 활동을 해왔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물의 시대』, 『딜리셔스』, 『연결의 법칙』, 『명상록』, 『어떻게 행복해질 것인가』, 『본질에 대하여』, 『제텔카스텐』, 『네오르네상스가 온다』, 『세계 문화 여행 : 스페인』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 리뷰

서른한 살에 수수께끼의 죽음을 맞이하다 경계를 뛰어넘어 사고하는 대담한 피코 델라 미란돌라 스물넷의 나이에 당대 지성의 중심지였던 피렌체에 입성한 피코는 그리스도교 사상이 지배적인 분위기를 거슬러,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부터 중세 아랍과 유대에 이르기까지 넓고도 깊은 인류 사상사를 꿰뚫는 보편 철학을 추구했다. 여러 학문을 섭렵한 그가 인류를 하나로 묶는 힘을 가진 것으로 주목한 것은 언어에 내재된 신비로운 힘이었다. 피코는 운율과 언어 안에 숨겨진 숭고한 힘이 각각의 인간들을 하나로 묶고 신과 인간의 중간 단계인 천사의 반열에 오르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청중을 사로잡는 연설, 의미 없이 반복되는 듯하지만 머릿속에 각인되어 떨쳐버릴 수 없는 운율, 다양한 문화에서 발견되는 샤먼의 주문 등이 사람 사이의 경계를 뭉뚱그리고 끝내 “나”를 “우리”로 만든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인간이 말로써 조종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고, 자유의지의 의미를 묻는 더 큰 질문을 낳았다. 특히 당대 그리스도교 문화에서 그의 사상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며 사후 세계에서 그 책임을 지는 “개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같았다. 결국 피코가 제시한 900가지 논제는 교회로부터 소각 처분을 받았고, 피코는 서른한 살의 이른 나이에 수수께끼의 죽음을 맞이했다. 자장가부터 연설과 노래, 주문에 이르기까지, 아직까지도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언어의 신비로운 힘 언어의 신비로운 힘을 탐구하려는 피코의 시도는 얼핏 신비주의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어에 담겨 있는 이러한 힘은 고대부터 인식되어왔으며, 사람들을 선하거나 악한 행동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이유로 경계의 대상이 되어왔다. 소크라테스는 일방향으로 청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연설 대신 대화를 선호했고, 르네상스 시기의 교회는 사람들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수도자 사보나롤라를 파문했다. 현대사는 마틴 루서 킹부터 히틀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가들이 연설로 청중을 움직여왔음을 보여준다. 비단 역사 속 사례를 찾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언어의 힘을 감지하며 살아간다. 가령 누구나 한 번쯤은 머릿속에서 특정 멜로디가 떠나지 않는다거나 울림이 있는 말을 듣고 넋이 나가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의 인식 너머를 탐구하기 위해 주문을 외서 황홀경에 빠지는 경험을 동원했으며, 빼어난 연설가들의 연설은 청중을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하도록 이끌었다. “도취되다”, “홀리다”, 무엇인가를 듣고 “소름이 돋다” 등의 표현, 그리고 일명 “수능 금지곡”의 존재는 사람의 행위를 조종하는 힘이 언어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 책은 오늘날 언어의 신비로운 힘이 미신이나 조롱의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아는 세계 너머를 바라보는 통로로서 언어의 힘에 주목할 것을 촉구한다. 프레미오 마레티카 상 수상작가 에드워드 윌슨-리, 그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르네상스의 지성 전작 『물의 시대』에서 대항해 시대 포르투갈의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다미앙 드 고이스와 시인이자 방랑자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를 주인공으로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했을 때의 발생하는 충돌과 수용의 과정을 추리소설처럼 그려냈던 에드워드 윌슨-리는 ????천사들의 문법????에서 그 천재성에 비해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르네상스의 천재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지적 여정을 한 편의 일대기처럼 보여준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사상을 섭렵했던 피코의 탐구를 따라가다 보면, 당대의 철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상충하는 관점들, 그에 따르는 의문을 깊이 있게 사색하게 된다. 한편 저자는 피코가 스승 및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 900가지 논제로 말미암아 청문회에 서게 된 피코의 모습, 메디치 가문의 여성과 도망했던 일화 등을 흥미롭게 그려냄으로써 한 사람으로서 피코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또한 적재적소에 삽입된 그림은 피코가 살았던 시기를 더욱 다채롭게 풀어낸다. 이 책은 피코 델라 미란돌라라는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해서 그가 천착했던 언어의 신비로운 힘을 탐구하는 한편, 르네상스의 지적, 일상적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무서운 아이”라는 뜻의 “앙팡 테리블(enfants terribles)”로 불렸던 피코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지식 너머를 탐구한 용기 있는 지식인이었다. 자신이 속한 유럽을 넘어선 지적 탐구와 도발적인 선언문, 교회와 맞선 청문회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삶은 독자들을 르네상스로 이끄는 가장 매력적인 초대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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