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카이로스의 시선으로 본 세기의 순간들
책 소개
생존해 있는 전세계 사진작가 가운데 카르티에-브레송(1908~ )보다 더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또 수집가와 전문가들로부터 극히 보기 드문 찬사를 받는 인물도 없을 것이다. 사진에 대해서 누구나 한두 번쯤 관심을 보였던 사람치고 현대적 의미에서의 사진의 원점을 그린 이후, 현대 사진의 역사를 창조하고 함께 해온, 그리고 현대 사진 작가들의 원점이 되어온 이 작가의 사진을 지나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사진가들도 이 사진작가의 "사제"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신의 수법을 "결정적 순간"(그의 이론을 피력한 그의 첫 저작의 책이름이기도 하다)이라고 불러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 이 사진작가의 영향력은 이른바 사진 이외의 다른 수단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하며 전통적이며 금욕적인 사진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이다. 이 책은 갈리마르 출판사가 기획하여 세계 십수개 국가에서 공동 출판하는 올해의 괄목할 만한 이벤트 출판물로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인쇄되었다.
차례
뭐가 문제인가? : 로베르 델피르
보는 것이 전부이다 : 장-노엘 잔느네이
그간의 모든 것 : 피터 갤러시
"카이로스":카르티에-브레송의 작품에서 적정 순간의 개념 : 장 클레르
요구와 도전 : 장 레이마리
움직이는 눈 : 세르주 투비아나
영화
전시 작품 : 필리프 아르바이자
예술가와 기자:하나의 주제에 따른 변주 : 클로드 쿠크먼
전기
단행본과 전시 도록
사진 전시회
드로잉:참고문헌 및 주요 전시회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후기
저자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프랑스의 보도사진가이자 영화 제작자로 활동했다. 파리 근교에서 태어났으며 케임브리지에서 문학과 회화를 공부했다. 그의 인간적이며 자연스러운 사진들은 보도사진이 하나의 예술형식으로 인정받는 데에 기여했다.그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사진작가로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을 찍었다.
로베르 델피르Robert Delpire
역자
정진국
역자 정진국 미술평론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파리8대학 조형예술학부, 파리1대학원 미학부를 졸업했다. 「세계사진사」, 「디자인의 역사」, 「색채 : 그 화려한 역사」, 「풍자예술의 역사」(이상 까치글방) 등의 역서와 「잃어버린 앨범」(까치글방), 「사진 이미지의 안과 밖」(눈빛 출판사)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출판사 리뷰
이 책자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다뤄져 왔던 이 거장의 면모를 한 자리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그래서 기왕에 그의 작품집들을 출간했던 각국의 출판사들도 이 책의 자국어판의 제작에 모두 참여하였다. 완결판인 것이다. 그만큼 사진의 역사와 사진의 문화에서 카르티에-브레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명목상의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다. 그래서 전시회도 호황이고 만원이다. 사진을 업으로 삼는 사람의 서가에서 그의 앨범을 보지 못한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의 인기와 명성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말해서 보통 사람들의 삶을 맑고, 절도 있고, 따뜻하고, 그러나 짜릿하게 포착하는 시각에 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흔히 관객이 기대하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그러나 덧없는 인상에서 비롯되는 볼거리와, 그림과도 같이 균형과 조화로 넘치는 구경거리가 이렇다 할 오차 없이 시적으로 결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도 인간과 세계에 대한 긍정적이며 따뜻한 시선인 것이다. 그가 들여다본 인간과 세계는 언제나 찬란하게 존재하는데, 고통에 찌들린 수난의 시기에도 위축되거나 위엄을 잃지 않는다.
이러한 연민과 애정이야말로 그의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는 요인이다. 사진보다는 데생에 열중하면서 말년을 정리하고 있지만, 난해함보다는 명쾌함을, 괴기성보다는 우아함을, 편향보다는 균형을 추구했던 그의 사진적 시각을 그의 모국에서는 "프랑스적 취미"를 기막히게 함축한 작가로 간주한다. 그는 어떤 점에서 지난 세기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보여주었던 중산층의 삶과 멋에 대한 예찬을 재빠르게 전세계에 보급한 전도사였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의 이상을 수출했고,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 열매를 내다 팔았다면, 카르티에 브레송은 그 시민적 꿈을 전염시켰다.
이 책의 출간은 세계의 보수적 사진계를 주도했던 또다른 흥행사이자 프랑스 국립 사진 센터의 책임자인 로베르 델피르와 이 사진작가의 반 세기에 걸친 우정의 결산이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현재 9십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건강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 그보다 꽤 젊은 아내 또한 왕성하게 작업하는 사진가이다. 그의 아내와 딸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기념 재단을 출범시키면서 이 책의 출간에 깊이 관여했다. 이 책은 사진계에서 일종의 승천을 앞둔 성자의 "대관식"과 비슷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장 클레르와 갤리시, 장 레이마리 등 사실상 구미의 사진계를 주도하고 있는 최정상급 비평가와 미술관 관계자들이 이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그에 대한 평가를 시도하는 글을 수록함으로써, 이 기념비적 앨범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또 밀라노에서 인쇄한 이 앨범의 수준은 지금까지 어떤 전문가들도 도달하지 못했던 흑백 이미지 인쇄의 경지를 보여준다. 수많은 사진들이 다시 인화되고, 오늘날 고급 예술작품의 복제에서 인쇄가 과시할 수 있는 모든 "노우하우"가 동원되었다. 공동 제작에 따른 한국어판의 출판도 우리 출판계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